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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차 부부가 보면 좋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by MovieEasy 2025. 11. 15.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단순한 부부의 갈등을 넘어서, 가족, 책임, 양육, 사회 시스템, 여성의 권리와 도덕의 균형까지 섬세하게 건드리는 이란 영화의 걸작입니다.

이 작품은 2012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족 해체와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결혼 10년 차 이상의 부부들이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본문에서는 이 영화가 왜 이토록 보편적이며, 동시에 부부 관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명작인지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봅니다.

 

 

1. 이혼보다 복잡한 현실: 별거라는 중간지대

 

영화의 시작은 별거 신청 장면입니다. 씨민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자 외국 이주를 원하지만, 남편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둘 수 없어 이민을 반대합니다. 이들의 갈등은 서로의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책임과 선택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들이 이혼을 감정적 배신이나 갈등의 결과로 그리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사랑과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에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그립니다. 특히 결혼 생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 — 아이의 미래, 노부모 부양, 커리어 포기, 일상의 피로 — 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현실적입니다.

 

별거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지닌 기대와 신뢰, 우선순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간지점입니다.

이 영화는 그 중간지대를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조망합니다.

 

관객은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더 잘못이 있는지를 판단하기보다,

그 둘 모두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관계, 자신의 선택, 자신의 부부 생활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2. 부부 사이에 ‘정의’가 필요한 순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위대한 이유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법적 구조까지 파고드는 이야기 구조 때문입니다.

 

나데르는 아버지를 돌보는 간병인을 고용합니다. 그러나 간병인은 아이를 임신한 채 일을 하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이는 법적 분쟁으로 번집니다.

이 지점부터 영화는 단순한 부부 갈등을 넘어,

정의와 도덕, 진실과 책임 사이의 복잡한 윤리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결혼 10년이 넘은 부부들이라면, 이 영화 속 법정 장면에서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 “나는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거짓을 덮고 있는가?”
  •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파르하디 감독은 영화 내내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결혼 생활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단 한 번쯤은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본질적 고민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관계의 감정선’뿐만 아니라 ‘관계의 구조’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드문 작품이며,

특히 같은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부에게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3. 아이와 부모 사이, 균형이라는 이름의 선택

 

딸 ‘테르메’는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부모의 갈등을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갈등의 중심에 놓인 채, 자신의 선택을 요구받는 인물입니다.

 

파르하디는 아이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가족의 윤리와 도덕이 작동하는 가장 복잡한 지점으로 설정합니다.

딸의 선택은 단순히 ‘엄마냐 아빠냐’가 아니라,

“누가 옳은가”가 아닌 “누구의 입장이 더 진실에 가깝고, 누구의 사랑이 더 진심인가”를 묻습니다.

 

결혼 10년 이상 된 부부는 대부분 자녀가 있거나, 자녀를 함께 키워온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의 갈등은 단순히 부부 둘만의 일이 아닙니다.

자녀의 시선, 선택, 감정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총체적인 관계의 재조정 과정이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부모가 이기적으로 갈등할 때,

아이의 입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벌’이 됩니다.

그리고 관객은 아이의 눈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진짜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받습니다.

 

결론: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을 때, 꼭 봐야 할 작품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거창한 사건이 없지만,

관계의 해체와 재구성, 감정의 균열과 선택, 진실과 책임의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결혼 10년 이상이 된 부부들이 이 영화를 보면,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들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 느껴질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남는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진실한가?”

 

그 질문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부부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지금 갈등 중이거나, 일상 속 무감각함에 익숙해진 부부라면,

이 영화를 함께 보십시오.

 

대화가 다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