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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입문자를 위한 예술영화 (홀리 모터스, 난해한 영화, 분석)

by MovieEasy 2025. 11. 16.

홀리 모터스

 

《홀리 모터스(Holy Motors)》는 2012년 공개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장편 영화로, 예술영화의 정수이자 시네필들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그의 전작 《폴라 X》 이후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 이 영화는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라, 영화 매체 그 자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 영화 실험이자 선언입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영화는, 시네필 입문자에게 예술영화의 본질과 난해함, 그리고 그 매력까지도 일깨워주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홀리 모터스란 어떤 영화인가?

《홀리 모터스》는 기존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한 인물의 서사를 중심으로 인과관계를 따라가는 일반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여러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미스터 오스카가 리무진을 타고 파리를 돌며 하루 동안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는 어떤 장면에서는 노숙자, 어떤 장면에서는 아버지, 또 다른 장면에서는 괴물이나 암살자가 됩니다. 이 모든 역할은 철저히 “연기”로 설정되어 있으며, 그는 각 장소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하며 배역에 몰입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배역이 극 중 연극이나 영화 촬영이 아님에도,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삶이 연기이고, 인간은 무대 위 존재’라는 실존적 메시지를 암시합니다. 즉, 미스터 오스카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모든 인물’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이 영화 자체가 ‘배우’라는 직업과 영화라는 매체,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연출 방식 역시 파격적입니다. 장면 전환은 설명 없이 이루어지며, 전반적으로 대사보다 이미지와 행동, 음악의 감정적 파동에 의존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무진들이 스스로 말하며 차고지로 들어가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 인간과 사물의 경계마저 무너뜨립니다.

왜 난해한가? 예술영화의 전형적 특징들

많은 사람들이 《홀리 모터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반응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입니다. 이 질문은 곧 예술영화가 상업영화와 다른 지점, 즉 난해함을 어떻게 ‘의도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연결됩니다. 카락스는 《홀리 모터스》를 통해 관객이 익숙한 영화의 기승전결 구조를 과감히 무시하고, 대신 연속된 퍼포먼스로 의미의 축을 이동시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서사의 해체입니다. 전통적인 극영화가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통해 서사를 구축하는 반면, 《홀리 모터스》는 장면 간의 연결성을 일부러 제거하며 관객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두 번째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붕괴입니다. 이 영화의 현실은 무척 낯설고 초현실적입니다. 가상의 생명체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일상처럼 연기하며 살아가며, 사물조차 의식을 가진 것처럼 묘사됩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이게 진짜인가, 연기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시각 중심의 영화 언어입니다. 대사는 적고, 음악과 조명, 카메라 앵글, 배우의 몸짓이 핵심 전달 수단이 됩니다. 이미지와 감정이 텍스트보다 우선시 되며, 이는 예술영화의 전형적 특징입니다.

시네필을 위한 감상 포인트 3가지

1. 줄거리의 기대를 버리고, 이미지에 집중하라
스토리 중심의 감상은 이 영화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독립된 예술 퍼포먼스로 생각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연기’에 대한 주제적 접근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연기’입니다. 주인공은 하루 동안 수많은 역할을 소화하며 변신합니다. 이 점에서 영화는 배우라는 존재, 혹은 인간이 사회에서 맡는 다양한 역할에 대한 은유가 됩니다.

3. 카락스의 전작과 비교해 보기
레오스 카락스는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등에서 감성적이고 시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감독입니다. 《홀리 모터스》는 그가 영화 자체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홀리 모터스》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자, 현대 예술영화 중 가장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난해하다는 평이 있지만, 이는 영화가 관객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며, 오히려 시네필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연습장이 됩니다. 영화는 이야기이자 철학이고, 이미지이자 감정이며, 연기이자 삶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와 관객 사이의 고정된 관계를 깨뜨리고, 진정한 ‘느낌과 해석의 영화’로서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예술영화의 정수입니다.